[뉴시스] 조용필, 21세기에도 질주 중인 더 젊어진 킬리만자로 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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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11-19 09:13:19 조회수 130

기사내용 요약
9년 만의 신곡인 팝록 풍의 '찰나'·'세렝게티처럼' 주목
김이나 작사가 참여로 공감대 형성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


[서울=뉴시스] 조용필. 2022.11.18. (사진 = YPC,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내가 지금 이세상을 살고 있는 것을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양인자가 작사한 조용필 '킬리만자로의 표범' 중)

"두려움 없이 열어봐 / 여기 펼쳐진 /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 꿈을 던지고 예~ /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보는 거야 /드 넓은 초원에 서서(김이나가 작사한 조용필 '세렝게티처럼' 중)

21세기에도 질주 중인 더 젊어진 킬리만자로 표범. 9년 만에 신곡을 낸 '가왕' 조용필(72)이 행보를 압축하면 이렇다.

조용필이 1985년 발표한 대표곡 중 하나인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그가 지난 18일 발표한 싱글 '로드 투 20-프렐류드 1(Road to 20-Prelude 1)' 수록곡 '세렝게티처럼'은 37년의 간격을 둔 '세렝게티 연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양인자가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모티브를 얻고 그의 남편인 김희갑 작곡가가 멜로디를 붙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젊은이의 야심과 고독을 다룬 명곡이다. 그런데 서른 중반에 조용필이 부른 이 곡엔 삶에 대한 회한이 넘쳤다. 반면 일흔이 넘어서 부른 '세렝게티처럼'엔 삶에 대한 환희가 넘친다.


[서울=뉴시스] 조용필. 2022.11.18. (사진 = YPC,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렝게티처럼'의 노랫말을 쓴 김이나 작사가는 음원 발매 당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가왕이라는, 스스로는 가장 쑥스러워 하시지만 대중에게 자연스러운 그 호칭에 맞는 큼직한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곡은 거침 없이 푸른 하늘이 펼쳐진 세렝게티 초원을 달리는 '라이온 킹'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조용필은 김 작사가에게 세렝게티를 주제로 한 가사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한다. 조용필은 1998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듬해 탄자니아 정부의 초청을 받아 아내 고(故) 안진현 씨와 함께 현지를 방문해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 국립공원 등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후 그는 "탄자니아 여행에서 감동받았던 세렝게티 평원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싱글에 같이 실린 '찰나'에도 조용필의 더 젊고 밝아진 모습이 묻어난다. 모든 것이 바뀌는 운명적인 순간, 그 찰나를 포착했다. 역시 김이나 작사가가 노랫말을 지었다. 그는 "멜로디랩도 있는 꽤나 파격적인 데모였다. 캡처한 구간(재미없기로 소문났었던 내가 / 썰렁한 말에 실없이 웃고 많이 들뜨네 등)은 내심 조마조마하며 썼던 마음에 드는 파트인네 선생님의 실제 모습을 토대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너무나 신사이시고 카리스마 있으시고 농담도 잘 안하기고 쉽게 웃지 않으신 편이었기에 이런 분에게 큰 감정이 변화가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써봤다. 뭔가 이 곡의 무대를 보면서 선생님이 아니라 형/오빠 소리가 터져나오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작사가는 공감 능력이 탁월한 작사가로 작사뿐만 아니라 DJ, MC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며 공감대 영역을 넓혀온 인물이다. 조용필과 김 작사가의 협업이 '세대통합'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이유다. 김 작사가는 두 곡을 작업한 것에 대해 "훈장 두개가 늘었다"고 영광스러워했다.


[서울=뉴시스] 조용필. 2022.11.15. (사진 = YPC,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조용필의 이번 신곡의 작곡엔 해외 작곡가가 참여했다. 2013년 발매한 정규 19집 수록곡이자 음원차트를 휩쓴 '바운스'와 '헬로' 역시 외국 작곡가가 참여했었다. 이번에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인데 팝,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작곡가들이다. 두 곡 모두 조용필이 편곡자로 참여해 록 요소를 도입해 근사한 팝 록이 됐다.

이 곡들은 조용필이 4년 만인 오는 26~27일·12월 3~4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여는 콘서트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들려줄 예정인데, 밴드 라이브에서 더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내레이션을 들려준 조용필은 이번 찰나에선 짧지만 멜로디 랩도 선보인다. 19일 오전 6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의 발매 4주내 톱100 차트에서 '찰나'는 54위, '세렝게티처럼'은 77위를 기록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곡들의 차트 내 붙박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호성적이다.

이번엔 노랫말과 선율뿐만 아니라 곡을 선보이는 방식도 젊다. 정규만을 발매해 온 조용필의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싱글 제목 '로드 투 20-프렐류드 1'에서 20은 정규 20집을 뜻하는 것으로, 내년 말 발매를 목표로 작업 중인 정규 20집의 리드 싱글 개념이다. '서곡'이란 뜻의 프렐류드 역시 20집의 전주곡의 의미를 더한다. 지난 50여년 간 총 19장의 정규 앨범을 낸 조용필이 싱글 형태로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데뷔 54년 만에 처음이다. 조용필은 이번 신곡 발표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엔 20집의 일부 곡들을 담은 미니앨범(EP)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조용필은 가왕의 풍모를 잃지 않고 품위를 유지하면서 시대와 어깨동무하고 있다. 가왕의 자리를 여전히 공고히 할 수 있는 이유다. 에이핑크 정은지가 솔로 리메이크 앨범에서 자신의 대표곡 '꿈'을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요청이 왔을 때, 그녀가 부산에서 올라와 타향살이를 하고 있으며 이런저런 사연을 갖고 있다는 스토리텔링을 듣고 허락했다. 젊은 세대를 부단히 이해하려는 노력도 맘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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