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뜨거웠던 ‘조용필의 밤’…“누가 남북을 다르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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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5-08-24 09:56:19 조회수 1150
“동포 여러분, 가수 생활 37년 만에 그토록 꿈꿔왔던 평양 공연이 이뤄졌습니다.”

23일 오후 8시경 평양 유경 정주영체육관에 설치된 무대 위에서 한반도기가 내려오자 객석을 메운 7000여 명의 관객은 
두 손을 모은 채 눈물을 흘렸다. 남과 북이 가수 조용필(趙容弼·55)의 노래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장에는 ‘광복 60주년 SBS특별기획 조용필 평양 2005’를 보기 위해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알록달록한 
한복 차림을 한 북측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평양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공연에 큰 호응 부탁드립니다”라는 SBS 윤현진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오후 
6시 길이 64.8m, 높이 16m의 공연장 무대에 설치된 대형 막에 우주 소용돌이 영상이 비치자 객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막이 걷히며 리프트를 타고 나타난 조용필은 첫 곡 ‘태양의 눈’에 이어 ‘단발머리’와 ‘못찾겠다 꾀꼬리’로 공연장 분위기를 
띄웠다. 

조용필은 이어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을 불렀지만 관객들은 간간이 박수를 칠 뿐 호응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조 씨가 “여러분들을 위해 부를 북측 노래 두 곡을 준비했다”고 말한 뒤 북한 가곡인 ‘자장가’와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를 부르자 공연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관객들은 감동을 받은 듯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조 씨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후 조 씨가 ‘봉선화’ ‘황성옛터’를 열창하자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보였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생명’. 맥박소리로 긴장감이 감도는 무대에 홀로 나타난 조 씨는 무대 중앙에서 넘실거리는 
파도 영상에 몸을 맡긴 채 노래를 불렀다. 

이날 피날레 곡은 ‘꿈의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하는 조 씨의 노래와 함께 한반도기 8개가 동시에 무대 위에서 
내려왔고 남북한 축구, 올림픽 남북한 공동 입장 장면이 영상으로 비춰지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꿈의 아리랑’이 끝나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창, 재창”을 외쳤다. 조 씨가 다시 무대로 나와 가수 한돌의 
‘홀로 아리랑’을 선창하자 관객들도 합창했다.

공연을 마친 조 씨는 “공연 도중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립 박수가 나왔다”며 “결국 남과 북, 북과 남은 음악으로 하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장르는 달라도 음악은 결국 마음이 움직여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평양의 밤을 달군 것은 춤도, 화려한 영상도 아니었다. 165cm의 ‘가인(歌人)’ 조용필의 노래, 그것뿐이었다. 

SBS는 이날 공연이 끝난 뒤 1시간 후인 8시 55분부터 공연실황을 중계 방송했다.


평양=김범석 기자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n=200508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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