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평양의 가슴 울린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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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5-08-24 10:09:09 조회수 1219
긴장한 듯했다. 낯선 것 같았다. ‘단발머리’ ‘친구여’ 등 숱한 명곡이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려도, ‘자존심’ ‘여행을 떠나요’ 
같은 강렬한 록 리듬이 흘러도, 그들은 여전히 실눈을 뜨고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참관단의 유도가 
있어야 박수가 나왔다. 

2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평양 유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국민가수’ 조용필의 첫 북한 콘서트 ‘조용필 
평양 2005’. 서울서 음향·조명 장비를 가져가 설치한 화려한 무대에서 조용필은 열창했지만, 7000여 평양 시민의 반응은 
처음엔 지나치게 차분했다. 

이 ‘얼음’ 같은 분위기가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객석 이곳저곳에서 리듬에 맞춘 박수가 나왔다. 이어지는 ‘허공’에 굳어 있던 그들의 어깨가 풀렸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조용필은 재치로 객석을 끌어안았다. “지금 느낌, 어렵습니다. 저도 37년간 음악을 했으니 이 생활 굉장히 오래 했거든요. 
아, 그런데 제 나이, 40입니다.” 관객들이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웃으셨어요? 저 이렇게 떨려본 적 없어요. 
멤버들에게 편하게 하라고 해놓고서는 제가 떨려요.”

곧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남에서 온 한 대중가수의 구성진 노래 한 자락에 북한 주민들이 눈물을 떨구었다. 
“헤어져 긴긴 세월 눈물 속에서 서로서로 애타게 울어 본 형제…그 겨레가 참 겨레로 그리웁구나’. 공연 중반부, 북한 가곡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가 조용필 입에서 흘러나오자 관객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 젖어든 
눈은
 ‘봉선화’ ‘황성옛터’ 등 이어지는 노래를 타고 마침내 한 방울, 두 방울 눈물로 흘렀다. 

공연 후반에 ‘자장가’ ‘험난한…’ 등에서 뜨겁게 반응한 객석은 마지막 곡 ‘꿈의 아리랑’, ‘홀로 아리랑’에서 다시 한 번 
조용필에게 감격을 안겼다. 대부분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를 치며 무대에 동화됐다. 

그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수많은 정치가와 경제인들이 만들어 내지 못한 감동을 조용필이 이날 평양에 선사했다. 
관객들이 친 이날의 박수에서 감동이, 뜨거운 진심이 느껴졌다. 평양 시민이 들은 것은 좀 낯설지만 정겹고, ‘하나됨’을 
노래한 조용필의 마음속 노래였기 때문이다.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n=200508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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