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우리가 몰랐던 '가왕' 조용필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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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2-21 17:57:21 조회수 668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유성호 지음/ 작가/ 1만2천원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지난 2016년 스웨덴이 발표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공교롭게도 미국의 '음유시인' 밥 딜런이었다. 미국 포크록의 대부이자 팝 음악계의 대표스타인 딜런은 뛰어난 음악성과 대중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그가 부른 노랫말은 빼어난 문학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활동 초기 비트와 선율에 주력했던 비틀스의 존 레넌도 딜런의 음악에 영감을 받아 가사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한국에는 조용필이 있다. 우리는 아직도 70을 훌쩍 넘긴 그를 '오빠'라 부르고 최고의 가수라며 '가왕'이라는 명칭을 헌사했다. 1980년대 팝 음악 일색이던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가요 중심으로 바꿔놓은 이도 조용필이었고 록과 트롯,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꽃피운 90년대 황금기를 거쳐 21세기 K-팝의 개화가 가능했던 것도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왕 조용필의 음악을 '문학'의 관점으로 살핀 책이 나왔다. 지난해 '서정의 건축술'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유성호 평론가는 조용필을 '시인'으로 명명하며 그의 노래가 가진 문학적 힘에 주목한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을 냈다. 유성호 평론가는 신간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에서 "나는 조용필을 미국의 전설적 가수 밥 딜런 이상으로 보았다. 밥 딜런에게 1960년대는 조용필에게 1980년대였다. 그의 노래는 아름다운 세계를 불가능하게 하는 가혹한 현실에 대해 노래가 어떻게 예술적 저항의 목소리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필의 흡인력이 가창력, 무대 매너, 정확한 가사 전달력, 다양한 장르 수용 능력, 노래마다 달라지는 해석력에 있다고 강조하며 조용필의 노랫말과 인터뷰 등을 분석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특히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바운스'까지, 조용필의 노래를 문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저자는 조용필의 노래 전체를 통틀어 기원이 되는 노래로는 '고추잠자리'와 '못 찾겠다 꾀꼬리'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들이 '잃어버린 세계를 탐색해가는 서정적 탈환의 예술이자 가장 아름다웠던 세계를 재현해가는 외롭고 쓸쓸함을 말하는 시(詩)'라고 했다. 그는 조용필 음악의 힘을 '위안의 미학'으로 규정했다. 이중 82년 조용필 4집 앨범에 수록된 '생명'은 절절한 언어와 장엄한 음악이 노랫말과 노래로 어떻게 혼연일체가 돼 한 시대를 담고 또 넘어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조용필은 지난 97년 음악평론가 강헌과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명백히 광주의 학살에 대한 분노를 담은 곡"이라며 "나는 체질적으로 정치적으로 거리가 멀지만 수감 중에 만난 인연 중 내가 어머니라고 불렀던 전옥숙 여사와 이곡을 만들었는데 '생명'은 내 나름대로의 투쟁"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조용필의 노래는 거의 모든 장르를 모아놓은 가요사의 대집성이지만 그의 음악 저류에 선명하게 흐르는 것은 깊디깊은 '고독'이며 피카소처럼 커다란 고독 속에서 '위대한 탄생'을 해간 예술인이라고 평가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조용필은 위안의 미학과 그 '너머'(beyond)를 상상하고 실천해 온 우리 시대의 가왕"이라고 말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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