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시대에 대응한 ‘위안의 미학’ 노래한 가왕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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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2-21 18:05:19 조회수 728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유성호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조용필은 위안의 미학과 그 너머를 상상하고 실천해 온 우리 시대의 가왕이었다. 그의 노래는 문학의 극치를 보여준다. YPC프로덕션·도서출판작가 제공   ‘조용필의 노래는 첨예하고 문제적인 당대의 시로서 문학의 정점을 성취했다.’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은 가왕 조용필의 노래가 당대의 많은 사람들을 위안했던 지극한 시였다는 것을 말한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썼다. 이즈음 아무나 시를 쓰지만, 또 이해하기 어려운 시를 쓰곤 하지만 조용필의 노래를 두고 과연 시가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만하다. 조용필의 노래는 시대에 대응한 노래였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 신중현 김민기 송창식 한대수 정태춘처럼 시대적 질곡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노래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필의 노래는 내구성과 지속성을 갖춘 당대의 일급 텍스트로 은근하게 작용했다는 거다. 당대 많은 사람들 위안했던 시인 조용필 ‘촛불’ ‘미워 미워 미워’ ‘허공’ ‘생명’ 등 대중의 심금 울린 심미적 시대극 노래 내구성·지속성 갖춘 일급 텍스트로 작용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로 시작되는 노래 ‘촛불’은 드라마 주제가였다. 하지만 이 노래를 만든 것은 광주민주화운동의 1980년이었으며, 그것은 언론통폐합으로 없어질 TBC 동양방송의 마지막 드라마 주제가였다고 한다. 그럴 때 ‘연약한 이 여인을 누가 누가 누가 지키랴’라는 마지막 구절의 반복적 외침은 뭔가 달라진다는 거다. 신군부 전두환 정권의 압제가 하늘을 찌르던 1981년 발표한 노래 ‘미워 미워 미워’도 마찬가지다. 그 노래는 고려가요에서 김소월로 내려오는 불멸의 ‘잊을 수 없음’을 계승했으나 “숨 막히는 두려운 시대상황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한풀이를 담고 있었다”는 게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분석이다. 유명한 노래 ‘허공’은 사랑과 미움도 무의 공간 속으로 사라져갈 것임을 노래했다. 하지만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에서 작사가 정풍송은 ‘그대’ 대신 ‘민주’를 생각했다고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멀어진다는, 시대의 절망과 우수를 담아내려 했다는 거다. ‘생명이며 생명이여~’라며 절규하는 1982년의 ‘생명’은 “광주 학살에 대한 분노를 담은 곡”이라는 게 조용필 자신의 증언이다. ‘서울 1987’(1988)도 1987년 민주화 투쟁을 호명한 노래라는 걸 제목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 조용필은 상징적이고 심미적인 시대극의 노래를 불렀다는 거다. 저자는 조용필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 이상으로 치고 있다. 그러나 노래는 노래다. 작사가와 가수가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격이 갖춰지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조용필의 노래는 탁월했다. 빼어난 가창력, 다양한 장르의 종횡무진, 정확한 가사 전달력, 온몸을 쥐어짜는 정성스런 목소리가 대중의 심부에 가닿았다는 거다. 조용필의 노래는 매우 폭넓다. 고전, 은유, 인생론, 감각적인 공감, 사랑 등 그 모든 것을 포섭했는데 저자는 조용필 노래의 핵심을 ‘위안의 미학’으로 명명한다. 2019년 남북 예술 합동공연 때 조용필은 북쪽 인민들에게 ‘꿈’과 ‘친구여’를 건넸는데 그것은 분단된 한반도를 위로한 그의 노래 감각이었다. 조용필은 깊었다. ‘바람이 전하는 말’(1985)은 인생론의 극점을 들려준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꽃씨 하나 심어 놓으리/ 그 꽃나무 자라나서/ 바람에 꽃잎 날리면/ 쓸쓸한 너의 저녁 아름다울까/ 그 꽃잎 지고 나면 낙엽의 연기/ 타버린 그 재 속에/ 숨어 있는 불씨의 추억/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삶의 따뜻함을 노래한, 그야말로 서정의 극치다. ‘바람의 노래’(1997)는 비켜갈 수 없는 실패와 고뇌의 시간 속에서도 삶의 해답은 사랑이라며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라고 노래한다. ‘킬리만자로의 표범’(1985년)을 두고 저자는 “고독과 사랑의 예술론을 담은 노래로 우리 대중가요사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시인의 소망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시 한 편을 남기는 것이다. 조용필은 대중의 가슴 속에 참으로 많은 것을 새겼다. 그 호소력은 슬픔과 고독에서 출발해 사랑과 삶의 긍정에 이른 그의 예술 여정에서 나오는 거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첫 100만 장을 돌파한 음반에 실린 ‘창밖의 여자’를 작곡할 때다. 닷새 동안 하루 한 끼도 못 먹으면서 싸움하던 멜로디가 드디어 귀에 들어왔다고 한다. 시가 이뤄지던 순간이다. 처음 그것을 듣는 순간, 모두 울었다고 한다. 유성호 지음/도서출판 작가/173쪽/1만 2000원. 조용필의 노래는 시대와 대중의 심부에 가닿았다. 거기에 시인 조용필이 있는 것이다. YPC프로덕션·도서출판작가 제공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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