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인터뷰]'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조용필이 전하는 위안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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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3-01 09:02:30 조회수 669
[사진=한송희 에디터] 지난 29일 문학평론가 유성호가 국민가수 조용필의 노래가 담은 시를 분석한 평론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을 출간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여 서울신문을 통해 데뷔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8회 대산 문학상과 4회 외솔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8년부터 월간 문화잡지 쿨투라에서 조용필 평전을 연재하며 조용필의 노래를 문학적으로 분석하는 시도를 이어왔고, 이번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은 저자가 연재한 글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은 가왕 조용필의 노래가 ‘더없이 살갑고 첨예하며 문제적인 당대의 시’였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책머리를 통해 “유년의 기억으로 구성된 조용필의 작품들은 그의 노래가 잃어버린 세계를 탐색해가는 서정적 탈환의 예술이요, 가장 아름다웠던 세계를 재현해가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였다”고 밝혔다. 이 책은 총 10부로 구성되며, 작가가 조용필을 시인이라고 생각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그는 조용필의 노래 ‘고추잠자리’를 “온몸의 가성을 써서 울리는 음색을 통해, 폭력으로 훼손된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어떤 꿈의 세계를 들려준다”라고 평한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예술적 저항의 목소리를 담은 노래 ‘생명’의 가사와 창법을 분석하며 조용필의 노래가 시대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작가는 조용필의 작품세계를 분석하며 그의 노래가 담은 ‘위안의 미학’에 주목한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 미학’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조용필의 노래가 보내는 위안은 “나를, 타인을, 인생을 궁극적으로 긍정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 말한다. 울음을 강요하지도, 충동을 부추기지도 않는 ‘위안’의 힘은 조용필의 노래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큰 이유가 아닐까. 뉴스페이퍼는 신작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과 관련하여 유성호 평론가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1. 이번에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을 출간하셨는데, 출간 소감 부탁드립니다. 오랜 꿈이었기 때문에 홀가분하고 기쁘다. 나는 조용필을 미국의 전설적 가수 ‘밥 딜런’ 이상으로 보았다. 밥 딜런에게 1960년대는 조용필에게 1980년대였다. 그의 노래는 아름다운 세계를 불가능하게 하는 가혹한 현실에 대해, 노래가 어떻게 예술적 저항의 목소리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책은 조용필이 위안의 미학과 그 '너머(beyond)'를 상상하고 실천해온 우리 시대의 가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는 우리 시대가 마주한 여러 역사적 사건들 앞에 누구보다도 상징적인 노래들을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생애가 시대의 거인으로서의 풍모를 드러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배려하고 또 이끌어갔다. 이는 우리가 끝내 보듬어야 할 조용필의 참된 의미일 것이다. 그는 가수의 ‘정점’이자 가수 '이상(以上)'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영원한 예술의 파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파문과 함께 많은 분들이 서정적 탈환의 순간을 누리시길 빈다. 2. 많은 가수들 중 조용필이라는 가수를 선택하고 그의 작품을 분석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작가, 2021)은 조용필의 노래를 문학의 관점에서 읽어본 결과다. 많은 작품을 인용하여 그 노랫말이 주는 의미들을 조용필 개인사 문맥은 물론 시대적 맥락에 비추어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조용필은 대중예술이 기울어가기 쉬운 통속성이나 하향평준화의 가능성을 자신과 철저하게 분리하면서 노래가 가닿을 수 있는 존재론적, 의미론적 권역을 정점에서 이룩해낸 ‘가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책은 조용필 노래가 가지는 위대함이 그의 가창력, 무대 매너, 정확한 가사 전달력, 다양한 장르 수용 능력, 노래마다 달라지는 해석력, 발전적 지속성 등에서 온다는 관점 아래, 그가 '한 오백 년'이나 '강원도 아리랑'처럼 고전적으로, '고추잠자리'나 '못 찾겠다 꾀꼬리'처럼 회상적으로, '친구여'처럼 원형적으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인생론적으로, '꿈'처럼 공감적으로 우리 시대를 다양하게 그려낸 탁월한 예술가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여행을 떠나요'처럼 신나는 노래나 '미워 미워 미워'나 '그 겨울의 찻집' 같은 사랑 노래가 조용필 인기 비밀의 근원적 저류(底流)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위안의 미학’이라고 명명한 후에 그 미학이 50년을 흘러 여기까지 와 있다는 점을 살폈다. 3. 이번 책은 문학과 음악의 통섭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문학과 음악이 어떠한 관계, 연결고리를 가질까요? 원래 음악과 문학은 한 몸이었다. 근대의 분화 발전으로 인해 음악과 문학이 분리되었지만 좋은 문학은 음악을 품고 있고 좋은 음악은 문학적 서사를 품고 있다. 조용필 노래는 이러한 기준의 최상급 사례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는데,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이 책은 조용필 노래의 최종 텍스트가 조용필 자신이라는 관점을 택했다. 그의 노랫말은 여러 사람이 지어 조용필에게 주기도 했고 그 스스로 지은 것도 제법 되지만, 이 책은 그 노랫말의 최종적 입법자이자 귀결점이 바로 그것을 해석하고 소통해낸 조용필 자신임을 증명하였다. 누군가 춤과 춤꾼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한 바 있거니와, 조용필 노래에서 어떻게 노랫말과 가수를 떼어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그의 노래의 작가가 작사가인지 작곡가인지 아니면 노래를 부르는 조용필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노래의 핵심이 가수의 해석력에서 갈라진다면, 조용필의 노래는 조용필 스스로의 해석과 창법과 표정과 시대의 반향이 그대로 하나의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그는 언제나 자신의 노래의 최종 텍스트였고 텍스트의 창안자로서 ‘시인 조용필’이라는 비유적 명명을 얻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그의 노래를 따라 오랜 기억을 거슬러 오르면서 그의 표정과 심장과 목소리가 들려주는 울림과 떨림을 사랑했던 기억을 소환하여 그의 노래를 활자 안으로 담아낸 결실이 말하자면 이 책이다. 4. 그의 삶과 노래를 통시적으로 엮어가는 흐름보다 키워드와 테마에 맞는 노래를 선택해 탐색하는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원래 기억이란 기록으로 몸을 바꾸기 이전의 어떤 상(像)이다. 그것이 발화의 순간을 얻으면 기록이 되고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누군가의 마음에만 남는 개인적 침전물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어떤 시기가 따로 있는 법인데 그것을 일러 그 사람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시대는 언제였을까? 어떤 시간이 과연 우리의 시대였을까? 그 '시대'에 대한 기억이 발화의 순간을 얻으면 그것은 그대로 '기억의 문화사'라는 기록이 되어 여러 사람의 기억에 또렷한 점화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문화사가 되기를 소망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용필 노래 전체를 통틀어 기원이 되는 노래로 '고추잠자리'와 '못 찾겠다 꾀꼬리'를 지목하였다. '고추잠자리'나 '술래잡기'라는 유년의 기억으로 구성된 그의 이 작품들은 그의 노래가 잃어버린 세계를 탐색해가는 서정적 탈환의 예술이요 가장 아름다웠던 세계를 재현해가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詩)'였음을 알려주었다. 조용필은 그 기원에서 발원하여 나를, 타인을, 인생을 궁극적으로 긍정하게 만들면서 온몸을 쥐어짜는 정성스런 목소리로 시대를 끌어안는 힘을 보여주었다. 웃음과 눈물 사이의 이 폭 넓은 스펙트럼은 어떤 충동을 부추기거나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울음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처럼 그의 노래는 지금도 ‘코로나 19’와 싸우는 우리에게 깊은 위안과 치유와 공감과 긍정을 가져다줄 것이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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