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가왕’ 조용필의 노래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고 있었다
작성일 | 2022-12-05 21:35:15 | 조회수 | 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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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공연 마지막 무대 관전기 ![]()
‘가왕’ 조용필(72)은 지난 4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콘서트 ‘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공연은 서울에서 네 차례 연 콘서트의 ‘막공’(마지막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1만여 관객은 추운 날씨를 잊고,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을 잊고, ‘찰나’를 즐기듯 정말 신나게 잘 놀았다. 조용필은 상징 같은 검정 선글라스를 쓴 채 무대에 올랐다. 관객은 “오빠!” “형!”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고, “보고 싶었어요!” “조용필!”을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첫 노래는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란 노랫말이 딱 와 닿는 ‘꿈’이었다. 이어 조용필은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를 부르며 가왕의 귀환을 알렸다. 세곡 연이어 노래한 뒤 “4년 만이다. 40년 같은 4년이었다”고 했다. 조용필이 콘서트를 연 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8년 말 같은 장소에서 펼친 데뷔 5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땡스 투 유’ 이후 처음이다. 키보드로 시작하는 ‘킬로만자로의 표범’ 전주곡이 흘러나올 때 조용필이 과거에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이 노래에 나오는 내레이션이 외우기 너무 힘들다”고 한 적이 있다. 이날 공연에서 조용필은 고독하게 내레이션을 읊조리며 5분20초짜리 노래를 전성기 때와 다름없이 소화했다. 조용필이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라고 노래할 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조용필은 로커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한국적 정서를 살려내기도 했다. 직접 기타를 메고 밴드 ‘위대한 탄생’의 최희선(기타), 이태윤(베이스)과 나란히 서서 협주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최희선은 강렬한 록 기타로 공연 전반의 사운드를 이끌었다. 국악풍의 ‘자존심’은 우리 장단의 리듬을 잘 살려냈다. 이 노래가 나올 때 무대 영상에선 단청 이미지가 수를 놓으며 한국적 감성을 드러냈다.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시원시원하게 큰 대형 엘이디(LED) 전광판 여러 개가 설치돼 각 노래에 맞춰 배경을 보여줬다. ‘추억 속의 재회’가 나올 때는 물결이 일렁이는 화면이 나와 조용필이 물속에서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세렝게티처럼’에선 해 질 녘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이, ‘친구여’에선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단발머리’에선 꽃밭이 펼쳐졌다. ‘모나리자’로 본 공연을 마무리한 조용필은 앙코르 무대에 나와 록 느낌이 물씬 나는 노래를 불렀다. 신곡 ‘찰나’에 이어 19집 수록곡 ‘바운스’를 부른 뒤 마지막은 ‘여행을 떠나요’로 맺었다.
가족과 함께 온 회사원 유상진씨는 “조용필 콘서트를 4년 만에 봤는데,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며 “아들이 학기 초에 친구들 앞에 나가 ‘모나리자’를 부를 정도로 조용필 팬”이라고 말했다. 조용필이 노래로 과거와 미래를 이어나가듯, 그렇게 그의 노래는 아버지에서 아이로 이어지고 있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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