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e]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읽는 '가왕' 조용필의 마지막 앨범 '20'
작성일 | 2024-10-26 21:58:27 | 조회수 |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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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양인자, 김희갑 콤비가 빚어낸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그 겨울의 찻집'으로 전성기의 정점을 찍은 조용필. 이후 박주연이라는 90년대 명 작사가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로 대중과 인사한 12집과 최태완(피아노), 한정호(키보드), 이태윤(베이스), 최희선(기타), 김희현(드럼)이 있던 위대한 탄생을 데리고 '밴드로서 협업'을 들려준 15집, 조용필 중후반기 명곡 '바람의 노래'가 수록된 16집, 중장년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은 '기다리는 아픔'이 대표한 17집까지. 팬이 아닌 대중의 기억 속 조용필의 음악은 대략 이때쯤에서 희미해져 갔다. MZ를 포함한 전 세대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19집의 사회적 현상은 마케팅 차원에서의 승리였지, 음악이 조용필을 대표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11년이 흘렀다. 그리고 20집이다. 수록된 노래는 일곱 곡. 통념에 비춰봤을 때 정규작이라기엔 그 수가 좀 적다. 그렇다고 20분에 가까운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 같은 대곡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짧으면 3분대 초반, 길어야 5분에 가까운 곡들이다. 게다가 2년 전 서곡(Prelude)으로 공개한 '찰나'와 '세렝게티처럼', 지난해 봄에 들려준 'Feeling of You'와 '라'를 빼면 신작에서 사실상 새 곡은 세 곡뿐이다. 그래서 김이 좀 새는 감은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20'은 그의 마지막 앨범이기 때문이다. 조용필의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 뮤비를 연출한 이주형 감독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유치하게 느껴질 만큼 깜깜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당신을 응원하는 음성과 시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 응원의 연출 의도와 별개로 나는 "노래에 담긴 뜻은 곧 부른 사람의 마음"이라는 조용필의 가수로서 철학에 비춰, 극 중 긴 생을 돌아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쩌면 70대 중반에 이른 가수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한 미들 템포. 어떤날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 속 공허를 닮은 투명한 기타 리프. 늘 소리를 중시해 온 조용필의 창작 지론에 따른 "고해상도 사운드". 곡 후반부를 찌르는 하모닉 기타 솔로가 대변하듯 13집과 16집처럼 해외 연주자들의 손맛을 빌린, 장르적으로 위화감 없는 '로커 조용필'의 록발라드가 바로 '그래도 돼'였다.
아프로 리듬 안에 "인간의 탄생과 극복, 그 둘을 감싸는 자연의 웅장한 서사"를 담아 '찰나'와 함께 선보였던 '세렝게티에서'가 이어지고, 그 붕 뜬 분위기를 끌어내리는 '왜'가 다음 곡으로 흐른다. 샤이니, 엑소, 슈퍼주니어 등 SM엔터테인먼트 쪽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안드레아스 요한손을 주축으로 써낸 이 곡에서 요한손은 프로그래밍, 건반,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은 물론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까지 모두 연주하며 이 노래의 사실상 창작자가 자신이라는 걸 크레디트로 누설한다. 음악과 사운드로 분산된 감이 없지 않았던 앞선 곡들과 달리 '가수 조용필'의 참맛을 집중 경험할 수 있는 곡으로, 물론 전성기 때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되레 그렇기 때문에 그때와 비교할 필요가 없는 노장의 농익은 상념이 '왜'에는 처연한 이끼처럼 박여있다. 1981년 'MBC 10대가수가요제'에서 조용필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중 가수이기 때문에 열심히,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 뿐입니다." 2024년 현재, 갈등과 혼돈이 만연한 한국의 대중에겐 긍정과 희망이 필요해 보인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고 주어진 지금에 충실하자는 '라'를 마지막 곡으로 배치한 '20'은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한 거장의 따뜻한 마음과 비트로 한가득이다. 혹여 과거의 가왕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살짝 낯설거나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을지언정,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 하나는 예나 지금이나 탁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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