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이라 믿고, 조용필 님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소통의 장을 열어보고자 하는 글입니다.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세요!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적은 에세이입니다. 이터널리 운영진의 전체 의견과 무관합니다.
*조용필 님의 음악을 재생해 두고, 차 한잔과 함께 한주 편안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추억 속의 재회 바로 듣기 클릭(유튜브 공식채널 12집 앨범 버전)
[弼의 서재 : 치유의 문장들]
2화. 눈 감은 내 가슴엔 눈물이
-조용필 12집 [추억 속의 재회] 中에서-
때로 우리는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
일상의 지휘자로 살아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단절, 끝내 이루지 못한 꿈...
우리는 살아가며 이런 일들을 맞닥뜨리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나와 친구 E는 20대 청춘이었다.
재수, 삼수, 사수를 하느라
연애는커녕 미팅조차 해본 적 없던 나와 달리,
E는 곧바로 캠퍼스 생활을 누리며
신입생으로 처음 참여한 미팅에서 남자친구까지 생겼다.
그 당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E였다.
그러나 부러워하던 마음은 잠시잠깐이었다.
E와 E의 남자 친구는 자주 다투었던 것이다.
내가 사수를 하는 3년 간,
그들은 수없이 자잘한 이별을 하고 다시 만났다.
내게 전화해 울면서 하소연했던 커다란 이별도
그 3년 동안 열 번은 있었던 듯하다.
그러던 어느 새벽, E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엔 진짜로 헤어지기로 했다며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때는 마침 나 또한 우울한 시기였다.
사수 끝에 다시 도전했던 대학 학과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기투합한 나와 E는 당장 다섯 시간 후에
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겨울 바다'로 떠나는 '이별 여행'이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의 소도시로 내려가는 길,
나는 진정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추억을 회상하며 겨울 바다를 거니는
아름다운 청춘이 되리라 다짐했다.
읍내에 도착한 나와 E는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선착장으로 향했다.
요금이 많이 나오는 근사한 해변은 가지 못했지만
선착장 앞에 내려서 느끼는 바다 냄새로도
기분은 충분히 났다.
우리는 제대로 울어보자며
야심차게 선착장으로 걸어들어갔다.
겨울 바다는 <추억 속의 재회>의
전주와 같은 소리를 품고 있었다.
일렁이는 물결소리도 있었고
세찬 바람소리도 있었다.
우리는 노래의 주인공이 된 듯
터벅터벅 추억 속으로 발걸음을 대딛었다.
더러운 바닷물과 어수선한 선착장의 분위기도
방해될 것은 없었다.
"떠나 버린 날들은 이제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으리 영원히
기약 없는 이별 뒤에 찾아와
추억의 서러움만 남기네"
우리는 각자의 고통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
E는 3년을 내리 함께한 첫사랑과
진짜! 헤어졌다는 생각에 울고
나는 오수까지 해야 하는
암담한 '이생망' 처지가 서러워서 울었다.
지난 시간들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겠다는 단호한 말처럼,
이제 과거가 되어버린 우리의
모습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울었다.
"미워할 수 없는 그댈 지우며
눈감은 내 가슴엔 눈물이"
그러나 그것은 한순간에
쉽게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추억 속의 재회>에서도 사랑하는 '그대'를 노래하며
'다시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또 '미워할 수 없다'고도하지 않았는가.
E도 그러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나보다는 남자 친구와 함께 보는
겨울 바다를 원하고 었었다.
나 또한 그랬다.
꿈을 위해 달려온 지난 3년이
속수무책으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으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당연스럽게
꿈꿨던 일을 단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작 시급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겨울 바다의 추위가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겨울 바다를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객기를 부린 채였다.
겨울 바다가 그리 추운 줄도 모르고
친구는 평소처럼 미니 스커트로 한껏 멋을 내고 나왔고
나도 평소 입던 티셔츠에 여름 청바지,
솜점퍼만 달랑 두르고 나왔다.
찔끔거리는 눈물은 금세 두 볼 위에서 살얼음으로 얼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시리다 못해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볼은 빨갛게 트고 입술은 시퍼렇게 변해갔다.
나중에는 서러워서 우는 것인지
추워서 우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겨울바람이 주는 고통은 대단했다.
친구와 나는 선착장에 서 있은 지
10분도 되지 않아 서로의 얼굴을 돌아다보았다.
'일단 살고 보자.'
합의를 본 우리는 곧바로 겨울 바다를 떠났다.
다시 택시를 타고 읍내로 나가 카페를 찾았다.
따뜻한 음료를 혀까지 데어가면서 허겁지겁 들이켰다.
추위를 물리치고 나서야 나와 E는
정신을 차리고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서로의 꼴이 우스워 푸하하 웃어버렸다.
헝클어진 머리칼, 얼어터진 두 볼에
눈물자국 가득한 두 청춘이
마주 보며 그렇게 한참 웃었다.
설렘을 안고 겨울 바다에 왔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겨울 바다를 분위기 있게 거니는
낭만적인 모습 따위는 없었다.
위로 대신 흠씬 따귀를 때리는
무시무시한 겨울바람만 맞았다.
그러나 이 어설픈 '배웅의 의식'은
우리에게 힘이 되었는지,
나와 E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으로
다가오는 날들을 살아갈 수 있었다.
겨울 바다를 다녀오고 난 뒤에, 친구 E는 용기를 내어
남자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3년 내내 남자 친구에게 단 한 번도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민 적이 없던 E가,
처음으로 먼저 사과를 했다고 했다.
E는 그 뒤로 그 첫사랑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3년 간 미대에 도전했다가 줄줄이 떨어진 나는,
오수 때는 마음을 바꿔 서울권의
인문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그렇게 간절히 염원해 왔던 만화가는
내 길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아니, 사실은 미대를 준비하던 3년 동안
마음 한 구석으로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의 타고난 '결'과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다는 사실을.
하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스무 해가량 지니고 있었던 꿈을
한 순간에 바꾸기 어려워 3년을 그리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은 인정하고 말았던 것이다.
마음을 살짝 바꿔 먹었을 뿐이었는데도,
대충 놀면서 했던 반수가 성공하고 말았다.
덜컥 서울권 대학에 붙어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4년의 실패와 방황 끝에 얻은 첫 성공이었다.
E와 같이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기로 결정하든,
나와 같이 꿈을 바꾸어 새로운 일을 시도 하든,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힘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상처를 배웅하고 싶은 순간에도
시간을 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추억 속의 재회>를 듣는다.
<추억 속의 재회>의 일렁이는 듯한 신비로운 전주는
이미 닫힌 줄 알았던 과거의 문을 살포시 열어준다.
곧이어 들려오는 타악기 소리에 내 발걸음 속도를 맞추어
터벅터벅터벅...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듣는 <추억 속의 재회> 안에는 눈물이 있다.
슬픔을 절제한 담담한 선율과 시적인 가사는
이면에 숨겨진 폭발적인 눈물의 에너지로
내 가슴의 무수한 칼날들을 뽑아낸다.
'눈 감은 내 가슴에' 찰랑이는 눈물은
내가 나를 위해 우는 울음이다.
오직 내 안의 나를 보듬기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이는 가장 깊은 수준의 자기 고백이자
치유의 시작이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슬픔에 침잠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약 없는 이별 뒤에 서러운 추억만을 곱씹어야 할 때,
떠나버린 날들을 더 이상 사랑이라
부르지 않으리라 다짐해야 할 때,
상처를 보듬는 배웅의 의식이 필요할 때,
<추억 속의 재회>를 소중히 들어 턴테이블 위에 올려보자.
가슴속에 흐르는 눈물을
아름다운 선율로 정화시켜 주는 그 노래,
그리하여 우리의 내일을
더욱 힘차게 살아내게 하는 그 노래,
그 노래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곁에 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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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弼의 서재 : 치유의 문장들]
다음 연재일은 5월 8일 금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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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4
눈 감은 내가슴엔 눈물이...... 내가 나를 위해 우는 울음이란 것을 글을 통해 느꼈어요...
스스로가 가장 소중한 각자의 삶에서, 나를 위해 울어줄 타인이 얼마나 있을까요, 나 또한 이미 누군가를 위해 울어주기를 주저하는 타인인걸요.
내가 나를 위해 울면서 치유해야 했던 아픈 시간들이 떠올라 눈가가 시려옵니다.
좋은 글 너무 고맙습니다. 이런 글 만나게 해준 용필오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이 수준높은 또 하나의 작품입니다^^ 소중한 감정의 공유, 품격높은 댓글 감사드려요♡
추억속에 재회는 오빠노래중 TOP10에 꼽는
정말 좋아하는 노래인데
2화에 소재로 연제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요즘은 콘서트 때 자주 불러 주시니
꺅~~ 소리 내며 좋아서 어쩔줄 모르며
좋아라 합니다 ㅎ
화이님도 이 노래에 얽힌 추억이 있으셨군요
이야기가 영화를 보듯 아름답게 묘사 돼서
동화되어 너무나 재밌었어요
추억속에 재회를 들으면 진하고 가슴아픈 이별의
슬픔에 푹 빠져 들게 합니다
아주 오래된 옛 사랑이 생각나곤 하죠
옛 사랑과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운것 같아요
이렇게 아름다운 글 연제 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연제도 기대돼요
옛 사랑과 추억은 정말 아름답지요. 저도 글을 쓰면서 잠들어 있던 기억을 소환하는 과정이 즐거워서 웃었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예요! 다음 글도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화이님 덕분에 추억에 잠기며. 글 잘보았내여
나름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 라는 명목하에 한마디 던지고 어깨 토닥 해주던 짧은 소견이. 부끄러워지는. 내자신.
소심햇던 성격 탓에 가장 소중햇던 친구도 잡지못햇던 시절. 갑자기 눈물이 왈칵
그친구가 너무 보고싶어짐니다
오빠의 소중한 노래. *추억속의 재회*
들을 때마다 혼자. 되내엿던 친구 이름.
은이야 잘지내고 잇니?~~
지난 옛일을 머리속에 담기만햇던. 추억을 꺼내봅니다.
담에 글쓸땐 울리지. 말자고요~~ㅎ
오빠사랑합니다
이터 고맙슴니다
화이님 감사해여~~~
앗..제 친구 이름도 '은'으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E'로 표현했지요. ㅎㅎㅎ 제친구도 다시 덩달아 생각나네요.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어렸을적에..ㅋㅋ
맘 정리한다고 밤차 타고 새벽에 도착한 해운대 백사장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오빠와 김희갑님 앙상블에 실린 그야말로 청승맞은 노래들을 들으면서 버티다가 그날밤 예약이었던 기차를 낮기차로 당겨서 집에 왔던 기억 소환.....
전날 밤차 탈때 기분은 하루종일 바닷가에서 혼자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실은 왤케 외롭던지요..
그날의 기분... 화이님 글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추억해 봅니다...
해운대 백사장..크...운치가 한가득인 추억입니다. 밤기차와 비내리는 해변..그리고 외로움이라니...감성 단어의 종합판입니다! 덕분에 저도 상상하며 감성에 취했어요. 소중한 추억 나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마치 내 이야기 인양 동화되어
읽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나의 20대로 돌아가 친구와 둘이 떠났던 동해바다의 추억을 끄집어 내며 앨범을 뒤젹여 그때 사진들을 꺼내 보게 되었네요.
그림이 절로 그려 지게되는 좋은글 예쁜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좋은 추억들로만 가득한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대의 동해바다의 추억, 상상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선옥님! 혹시 가능하시다면 메일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별것 아니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쿠폰 배송을 좀 해드리고 싶어요~. 오늘도 추억을 함께 나누어 주시고 용기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봄날 되세요!
추억 속의 재회.. 예전부터 운치 있는 제목의
노래라고 생각했죠.
2000년대 초 인터넷에 서투르던 나는 어렵사리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다음카페에서 '추억 속의
재회'라는 팬카페가 눈에 들어와서 가입한 후
팬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온오프모임이
설레이고 생경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팬클럽 활동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돼서
이터널리에 둥지를 틀게 되었네요.
어머나..2000년 대 초, 저도 당시가 생각납니다. 인터넷을 처음 접해보았던 시절이죠. 그러고보니 추억 속의 재회 팬카페가 다음 카페였군요! 팬클럽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소중한 추억이예요. 꾸준히 앞장서서 팬클럽을 지킨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인데 그 용기와 헌신 멋지십니다!!
우선 해피앤딩의 마무리가 안도의 숨을 쉬게 합니다~ㅎㅎ
또한 여린청춘의 마음들이 이쁘다이쁘다~ 라며 읽는내내 미소지어지니 내가 진짜 늙었구나 싶었어요.
글을 읽으며 나또한 그어린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합니다.
가슴시리게 이별했던 이들은 잘들 살고 있겠지~?ㅎㅎ
그때는 죽을것처럼 아팠었는데~~
이제는 무뎌지다 못해 차갑고 두터워진 내가 좀 무섭기도 합니다.
우리화이님~♡
읽기만 해도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분인지 느껴져 울컥하네요.
아직도 겨울이던 내마음을 봄으로 바꾸어주신 화이님~!
사랑합니다(주책~)♡
솜사탕님을 위해 앞으로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ㅎㅎ 솜사탕님의 마음은 항상 봄이 아니신가요? 언제나 따뜻한 말씀으로 주변을 품어주시는 솜사탕님! 오늘도 포근한 댓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