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FEEL>자료 정리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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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4-06-10 01:12:01 조회수 4793
샘이 깊은 물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그들에게는  서초동 해청빌라 이동 백일호(조용필씨 집)이고 십년전에는 가장하고 싶은 말이 "오빠 사랑해요"였지만 지금은 "건강하세요"라고 한다. 오빠 살아계실적에 조그만 기념관이라도  하나 짓는 것이 꿈이라는 대목에서는 자못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해외 활동을 중심으로 한 공연계획때문에  공식으로 회원모집을 중단하고 있는 조용필씨의 팬클럽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수들이 속해 있는 기획사무실에서 팬클럽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기획사무실에서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이 선희씨의  팬클럽과는 달리 조용필씨 팬클럽은 '조용필 전국자체 팬클럽'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기획사무실과는 전혀 무관한 자발적인 동호회 모임임을 강조한다. 서울의 필의  평화, 필무리, 필애호인, 부산의 필프랜드, 일편단심, 필사랑, 대구의 팩스, 광주의 혼, 진주의 필세계, 대전의 필그리매, 제주의 흔적따위로 전국에 걸쳐 있는 이런 팬클럽들은 자체 행사를 벌이기도 하고 같은 이름의 회지를 격월제로 발간하고 있다. 거기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의 필의 평화와 필무리는 그들이 내는 회지만 보아도 이미 아마추어 팬클럽 수준은 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봄에 나온 필무리 20호의 내용을 살펴보자. "1일/ 오전 9시 18분 벤츠  손수 운전, 오후 네시 오십오분  서울스튜디오 도착 , 저녁8시 20분 스튜디오에서 나오심, 8시 40분 해청빌라 도착, 2일/ 오전 11시 해청출발, 오후 2시경에 스튜디오 도착,  예전카페에 들러 10여분 동안  담소, 스튜디오안에서 식사하심, 밤 9시 55분 벤츠에 오르심. 3일/ 낮 12시 40분   후문에서 오빠 골프채 손에 쥐고 영일이 아저씨와 이야기하심, 벤츠, 철수 아저씨 운전..." '필 스케치'라는 제목을 단 기사의 한 대목이다. 이런 식으로 사월 한달  동안의 조용필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거의 빠짐없이 기록한 것이 '필 스케치'의 내용이었다. 조 용필씨의 집을 웬만큼 열심히따라 다니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보고서였다. 회지 곳곳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러기까 지 이 극성스러운 팬들은 새벽 한두 시까지 그의 집 앞에서 죽치기가 일쑤이고 달리는그의차를 뒤쫓느라 공항에서 만원, 만오천원을 부르며 택시를  잡기도 예사이다. 그러나,집이나방송국 앞에서 밤늦도록 기다리거나 사람 많은 공항에서 요란스럽게 몰려들어 다른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오빠'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므로   성숙한 팬이라면 그런 일은 자제하자는 반성의 글이 함께 실리기도 한다. 그밖에도  조용필씨의 생일인 3월 21일날 조용필씨의 집 앞에 수많은 팬들이 모여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조용필씨를 만난 얘기, '매스컴 산책'이라 고하여 몇달동안 여러 매체에 실린 조 용필 관련 기사를 깡그리 옮겨놓은 것. 조용필씨 팬들의 실태와 구조를 조사한 '여론 광장' (그 내용에 따르면 팬들의 나이가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이 칠십오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가수들의 팬이 거의십대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고 분석해 놓았다.) 또, 요즘  팬들이 전화 다이얼을 가장 많이 돌리는 곳으로 대한항공 출,  입국 문의처와 주요 라디오 방송국들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대한항공 출,  입국 문의처의 직원들은 팬들의  성화 때문에 두손,두발 다 든 상태라고 하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조 용필씨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할적에 즉각 항의 전화를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라디오 방송국 전화번호는 외고 있다고 한다. 80년 12월에 있었던 '허 참의 희망가요'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조용필씨가초대손님으로 나가 나눈 얘기 내용들이 지상  녹음으로 실려 있으며, '필무리 초대석'에는지난해내내 떠들썩했던 조용필씨의 스캔들 기사를 집중 보도했던 한 여성지의 연예기자를만나 "어째서 그렇게 오빠에게 불리하게  기사를 썼는지에 (팬들이 보기에)  대하여 '해명'을듣는자리를 마련했다. 군데군데 팬들이 찍은 조용필씨의 사진을 곁들여  편집한 그 회지를들추다보면 조용필이라는 가수에 대한 그 팬들의 거의 헌신적인 자세들이 놀랍기만 하다. 지난 10초에 스물두권째 회지를 발간한 그 '필무리'(회장 김 은희)의 편집위원인 김영미,조 창숙, 이 정순, 백 남숙씨를 만났다. 이들은 모두  초등 학생이나 중학생일 적인 80년에 오빠가 '창밖의 여자'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여태까지에 이르고 있는 20대초반들로서, 팬으로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터랑들이다. "88년 일월부터 시작된 모임이지요, 그  전에는 '조용필 음악가족'회원이었는데, 84년부터 해외공연에 치중하느라 필기업(조 용필 기획 사무실)쪽에서도   팬 관리에 전혀신경을 안 쓰고, 이러다가는 이나마 있는 팬들마저 뺏기겠다싶어서 저희들끼리  시작했어요." 현재 자체 회원은 한 이백오십명쯤이라고 한다. 두달에 한번  내는 회지는 삼백권쯤 발간해서 돌려보고 나머지 오십권은 각 방송국이나 잡지사의 연예기자들에게 부친다고 한다. 이에 드는 경비는 삼사십만원에 이른다. 두달에  한번씩 학생은 삼천원, 일반인은 오천원씩회비를 내게 되어있으나 걷히는 비율은  십퍼센트미만이라 주로 편집위원들이  충당한다. 광고주와같은 후원자를 구할 수도 있겠으나 '순수성' 문제로 모두가 반대하며, 대개가 직장을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경제적인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가수드 팬들에 비해 오빠 팬들이 극성스럽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저희들이 맨발로 뛰기 때문입니다. 스캐쥴도 직접 방송국에 전화해서 알아야 하고, 십년이 되도록 야유회는  커녕 싸인 한번 받기 어렵고, 기획 사무실에도 못들어오게하시니  방송에 출연할 때라도 얼굴한번 보려고 모두들 다투어 앞자리에  앉게 되고, 결국은 경비아저씨들 눈밖에  나게되지요, 요즘은 경비 아저씨들 움직임과 눈빛만 봐도 오빠 차례를 알 수 있어요. (실제로 방송국 공개홀에서 극성스러운 팬들에게 방송국 경비원들이 심하게 폭력을 휘둘러 말썽이 된 적도 있다. 인기 순위를 다투는 가수들이 함께 출연하는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의 녹화스튜디오는 그팬들의 치열한 경쟁장이 되기도 한다.   더러 몇몇 기획사무실에서 자기네  가수가 출연하는날이면 방청권을 미리 몇 백장씩 빼돌리곤 하는 일도 있다는데 그것을 둘러싸고 각 가수 팬들끼리 상호 비난이 또, 치열하다.) 집 앞에서 하루를 꼬박 기다려서  어쩌다 마주치게 되어도 그 오빠가 하는 말은 늘 이렇다고 한다. "공부나 하지 여긴 뭣하러 왔니? 밥 먹었니? 집에 가라." 팬들에게 냉랭하기가 주변사람들보기가 민망할 정도라는 조용필씨는 결과적으로는 고단수의 팬 관리를 하고있는 셈이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가장 가고싶은 곳이 그들에게는 서초동  해청빌라 2동 101호이고, 십년전에는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오빠, 사랑해요"였지만 지금은 "건강하세요"라고 한다 . 오빠가 원하는 팬이 되기 위해서라도 직장생활 열심히 하고,   오빠 살아계실때 조그만 기념관이라도 하나 짓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꿈이라는 대목에서는 자못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조그마한 내 집을 갖고 남편 출근시킨 후에 오빠노래를 들으며 청소도 하고, 디너쇼가 있으면 남편이랑 아이들 손잡고 저녁을 함께 먹는 것이죠, 또 혹시 일이십년뒤에 오빠를 만나 옛날 일을 회상하며 차 한잔 마실 수있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아마 이런 경험을 가져보지 못한  어른들에게는 저희들의 모습이 유치한 애들  장난쯤으로여겨지겠지만, 이 다음에 저희들이 부모가 되면 이해의 폭이   좀더 넓어지리라 생각이들어요." "저희들이 한 가수의 팬이긴 하지만 자기 귀를 막으면서까지 소리를 질러대는  요즘십대들은 좀 심해 보여요. 한번은  제 뒤에 앉아있던 가수의 팬에게  따끔하게 타일렀더니 언니도같은 팬이면서 이해를 못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더라구요. 세대차가 나나 싶기도 하고 ..... 이들은 우리도 순진한 보통사람이라며 농구장에서 인기선수에게 질러대는 함성을  이해하는 어른들이라면 한 가수에게 보내는 함성도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 샘이 깊은 물 1990년 11월호 자유기고가 : 윤미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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